역대급 웹툰이었던 '타인은 지옥이다'가 드라마화 된지 약 2달만에 종영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 처럼 작품 초반에 왕눈이 역할이 유기혁에서 서문조로 바뀌며 스토리가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웹툰과 드라마는 비슷하지만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서사에서 캐릭터가 곧 플롯이다. 캐릭터의 설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달라진 행동이 다른 스토리라인을 그린다.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에서 많은 캐릭터의 설정이 조금씩 달라졌고, 그로 인해 원작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로 끝맺음을 맺게 됐다.

이런 관점으로, 캐릭터 설정의 차이를 분석하여 드라마 / 웹툰 전체적인 스토리 차이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윤종우

트라우마에서 사이코패스로

 

정상 수준에서 서서히 미쳐갔던 원작의 윤종우와는 달리, 드라마 윤종우는 중반 부분부터 얼 빠진 수준 이상으로 사람이 미쳐갔다.

웹툰 윤종우는 궁지에 몰린 쥐 처럼 겁에 떨다, 결국 고벤저스에 의해 감금 당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탈출 및 구출(지은, 창현)을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고벤저스들을 죽이고 그곳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남은 채 마무리된다.

드라마 윤종우는 겁에 떨긴 했지만, 내면의 폭력성이 작품 초반부터 조금씩 새어나왔다. 궁지에 몰린 쥐가 아니라 서서히 미친 개가 된 종우는, 서문조(왕눈이)가 깔아놓은 빅픽처의 말이 되어 철저히 그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결국 미친 사람을 넘어, '사이코패스 살인자'로 변한다.

전투력도 달라졌다. 원작 종우보다 더 사나워지긴 했지만, 체격이 크게 작아졌고 그로 인해 고등학생 3명과의 싸움도 겨우 이긴다. (원작 종우는 cctv 없는 것까지 확인한 후, 큰 피해 없이 3명을 모두 때려잡는다)

드라마 속 종우는 원작 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게 미쳐갔다. 저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왜 진작 고시원을 나가지 않는가? 하는 개연성에 의문이 들 만큼 말이다.

원작의 종우는 정말 서서히 미쳐갔기 때문에 그가 미쳐가는 과정, 그로 인한 행동 변화, 움직임 등등이 모두 납득할 수준이었다면. 드라마 속 윤종우는 결말을 위해 제작진이 어거지로 끌고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살인마 소굴이라고 거의 확정하는 분위기에서 여자친구인 지은을 구하겠다고,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들어가는 종우나 그걸 따라 들어가는 후임 창현이나 도저히 납득이 안갔다.

(여경에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신고가 아닌, 경찰 친구에게 얘기하는 수준이다. 이전에 고시원을 신고했다 장난전화 취급을 받는거로 어느정도 개연성을 부여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납치된 것 같으니 도와달라고 신고하면 경찰은 출동할 수 밖에 없다.)

원작의 윤종우는 고시원을 다시 돌아간 것도, 도망치기 직전 자신의 신상정보를 숨기기 위해 노트북과 짐을 챙기기 위함이었지만, 드라마의 윤종우는 여자친구인 지은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

고시원으로 되돌아간 이유가 다르니, 마음가짐도 다르고, 결국 스토리도 다르게 전개되어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 웹툰에서 202호에 살았던 종우였기에, 드라마 속 묵었던 모텔의 호수도 202호였다는 이스터에그가 있다.

2. 왕눈이 / 서문조 X 유기혁

'귀신'에서 사이코 집착남으로

 

 

웹툰에서 202호에 사는 종우와 203호에 사는 왕눈이, 그리고 201호에 사는 누군가(결국 그도 왕눈이었음)가 있었다.

그 '누군가'를 형상화 한 것이 서문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왕눈이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긴 했지만, 서문조 처럼 스토커 수준으로 집착하거나 그를 살인마로 키울 생각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치과의사도 아니었다. 설정만 보면 오히려 유기혁이 더 왕눈이에 가깝다. 이것이 이전 포스팅에서 웹툰 속 왕눈이는 '유기혁'이고, '서문조'는 왕눈이 포지션에 있는 대체 캐릭터라고 칭한 이유다.

서로의 성향이 다르니 결국 종우가 살인하는 동기도 달라지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원작에서 종우가 살아남은 건 왕눈이와는 관계 없이 온전히 본인의 기지였지만, 드라마는 종우가 살인을 하도록 판을 깔아준다.

사망한 원인도 다르다. 서문조는 윤종우를 완벽한 살인마로 만들기 위해, 본인이 모든 죄를 끌어안고 윤종우에게 죽음을 선택한다. 반면 왕눈이는 키위에게 망치로 맞아 사망한다. (그럼에도 즉사하진 않아 정말 귀신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서문조가 사이코 살인마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왕눈이는 마치 '귀신' 같은 존재로 '얘가 정말 사람이 맞을까?' 하는 미스터리한 공포를 심어주었다.

설정이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인 왕눈이 / 서문조 X 유기혁 이었다.

3. 키위 / 변득종, 변득수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말 더듬고 실실 웃는 키위와 정색하고 말 안더듬는 키위, 둘을 변득종과 변득수로 나눠놓았다.

왕눈이에 불만을 갖게 되는 원인도 다르다.

키위는 항상 자기 마음대로 하며, 자신을 부하 부리듯 다루는 왕눈이에게 반감으로 그를 죽인다.

반면 변득종은 형인 변득수를 죽인데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원작에선 왕눈이를 죽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드라마에선 큰 활약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서문조를 항상 증오하고, 죽일 것 같았던 변득종이 왜 종우에게 달려들었는지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다. 반전 결말을 위해 어거지로 끼워맞춘 느낌.

쌍둥이임이 처음 밝혀졌을 때도 그렇다. 종우 보다 먼저 살고 있었던 조폭 아저씨 조차 키위가 쌍둥이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설정.

쌍둥이임이 밝혀진 후 부턴, 대놓고 돌아다니는데, 그럴거면 왜 동생인 척 연기하며 숨어지냈던 걸까?

4. 히키코모리 / 홍남복

히키코모리에서 변태사이코로

 

특별한 별명이 없어서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원작과 비슷한 성격에 변태 + 조선족 이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또, 원작에선 크게 모자란 모습으로 그러졌지만, 드라마에선 사이코 변태라는 점 빼면 말도 멀쩡히 잘 하고 지능도 정상수준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에선 자신이 서문조(왕눈이)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원작에선 그냥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한다.

5. 고시원 아줌마 / 엄복순

아줌마에서 악마로

 

왕눈이의 엄마이자, 특별함 없는 고벤져스의 일원이었으나, 드라마에선 그 위상이 떡상했다.

약물을 이용해 고시원 외부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고벤져스 내 평가에서 서문조에 준하는 위엄을 갖고 있다.

6. 민지은

걱정에서 경멸로

여전히 종우의 고향에 살고 있던 웹툰의 지은이지만, 드라마 속 지은이는 종우보다 먼저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웹툰에선 종우를 걱정하는 모습이 더 많이 비춰졌던 지은이지만, 드라마에선 걱정 보단 오히려 그를 더 몰아세우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종우와의 만남 이후, 웹툰 지은이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지만(왕눈이가 납치했다는 건 거짓말), 드라마 지은이는 실제로 잡혀 종우를 흑화하게 한다.

7. 사장 형 / 신재호

빛에서 찌질이로

 

드라마에서 찌질한 꼰대의 모습을 보여줬던 재호와는 달리, 웹툰에선 '빛재호'라며 칭송을 받았다.

물론 개인주의에 어느정도 꼰대 기질이 있긴 했지만, 모두 주인공을 걱정해서 한 말들과 행동이었다.

왕눈이와의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웹툰 재호는 철저히 주인공 편을 들어주며, 주인공 입장에서 화를 내주지만, 드라마 재호는 종우와의 갈등에 끼어들고 자신을 불쾌하게 했다는 이유로 화를 낸다.

8. 병민씨 / 박병민

진상에서 찐따로

 

 

웹툰과 드라마 둘 다 찌질한 건 변함이 없으나, 웹툰의 병민씨는 드라마 처럼 찐따 같지는 않았다. 말을 더듬지도 않았고, 크게 소심하지도 않았다.

9. 경찰

 

본편에 없던 경찰 캐릭터들이, '타인은 지옥이다 - 연쇄묘 살인사건' 이라는 외전을 통해 등장해 드라마와 연계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드라마 작가 / 감독이 우리나라 경찰에 원한이 있는 듯 하다.

물론 경찰들이 대응을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너무 무능력하고 의지 없는 모습으로 그린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정화 순경을 제외한 경찰들은 무능력의 끝판왕을 보여주며, 소정화 순경 역시 능력 대비 무리한 행동을 자주 하여 불안감을 일으킨다.


웹툰과 플롯을 달리하여 다른 결말을 맞이한 시도는 좋았지만, 그 개연성에 의문이 드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불안하고 의심하면서도, 돈 몇푼 때문에 끝끝내 고시원에서 붙어사는 종우나,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고 장난전화로 치부해버리는 경찰,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소정화 순경.

특히 마지막회의 개연성은 정말 안타까웠다. 왕눈이를 죽이러 갔던 키위가 왜 종우와 싸우다 죽었으며, 소정화 순경은 홍남복을 죽인 걸 엄복순으로 확신한건지.

마지막 반전을 위한 어거지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릴감과 몰입감이 뛰어나서 재미를 주는데는 성공적인 드라마였지만, 플롯의 완성도에선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메세지를 너무나도 1차원적으로 해석한 것도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고시원을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으로 표현하는데, 너무 대놓고 지옥인 곳이라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거창한 명언을 갖다 붙이기 좀 민망한 느낌? 차라리 종우가 미쳐가는 와중에,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미친 사람 취급만 하는 지은이나 회사 동료들로 인해 더더욱 미쳐가는 종우의 모습이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메세지가 어울린다고 본다.

다만 어설프게 원작을 따라하기 보다, 드라마에 맞게 각색하여 전개해나간 부분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어쨌거나 꼬박꼬박 본방을 챙겨볼 만큼 너무나도 재밌게 봤고, 또 내 취향이었던 드라마였기에 앞으로도 이런 스릴러 작품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알리타 : 배틀엔젤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도 박사'는 헌터 워리어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기계 팔, 다리 등을 수리해주는 의사이자 엔지니어다.

그는 고철 처리장에서 부품들을 뒤적이다, 아직 생명이 남아있는 사이보그의 머리를 발견한다.

사이보그는 10대 소녀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이도 박사는 그 머리에 자신의 (죽은)딸에게 주려 했었던 몸을 사이보그에게 이식시켜줄 뿐만 아니라, 딸의 이름이었던 '알리타'를 그녀에게 주었다.

알리타는 이전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모든것이 신기했던 그녀는 이도 박사와 마을을 구경하다, '휴고'를 만나 천눈에 반하게 된다.

자신을 딸처럼 대하며 행동을 통제하려는 이도 박사와는 다르게,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알려주는 휴고에게 알리타는 더더욱 끌리게 된다.

한편 고철도시에는 여성들을 죽이고, 비싼 부품들을 훔쳐가는 범죄자들로 인해 시끌벅적했다.

알리타는 우연히 이도 박사가 손에 피를 뭍힌 채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의심하게 된다.

이도 박사의 범죄 행동을 확인하고, 저지하기 위해 그를 미행하던 알리타.

알고보니 이도박사는 '헌터워리어(현상금 사냥꾼)' 이었으며, 살인범을 잡기 위해 매복하고 있던 것이었다.

알리타의 개입으로, 이도 박사는 역으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

살인범들과의 전투 도중, 알리타는 본능적으로 발휘된 격투기술 '기갑술'로 그들을 제압하고, 과거의 기억이 일부 돌아오게 된다.

'99번' 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우주복을 입은 채, 달에서 전투를 하는 기억이었다.

그런 그녀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

휴고가 자신만 아는 곳이라며 'URM(화성연합군)'의 추락한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알리타는 무언가에 이끌린듯 우주선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그 우주선은 알리타에게 반응했다. 우주선 안을 돌아보던 알리타는 그곳에서 '광전사의 육체'를 발견한다.

광전사의 육체란 URM에서 만들어진 전쟁용 바디로, 고철 도시에선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알리타는 그것을 갖고 이도 박사에게 가지만, 이도 박사는 이를 거절한다.

알리타는 사실 URM의 광전사 출신이었고, 고철 도시 위에 떠있는 공중도시, 자렘을 무너트리고 그곳의 지배자인 노바를 죽이는 임무를 갖고 있었다.

알리타가 자렘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노바는 자신의 하수인들을 시켜 알리타를 제거하려 한다.

그녀는 노바의 하수인 중 하나인 그루위시카(이전의 살인범 패거리 중 하나)와 싸우다 몸이 대부분 박살나게 된다.

결국 이도 박사는 아무도 그녀를 해칠 수 없도록 광전사의 몸을 그녀에게 심어준다.

그 이후에도 알리타는 휴고와 계속 붙어냈고, 결국 사귀기까지에 이른다.

휴고는 알리타가 있는 고철도시가 아닌, 저 높은 공중도시, 자렘에 가고싶어하는 꿈이 있었다.

자렘에 가기 위해선 큰 돈이 있어야 했기에, 휴고는 불법적인 방법(사람들의 기계 팔,다리를 잘라서 암시장에 팔곤 했다)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알리타를 사랑하게 된 후, 이런 일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 친구들을 찾아가 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던 와중 노바의 흑막으로 인해, 휴고는 알리타가 구하러 왔음에도 헌터워리어인 '자팡'의 칼에 찔려 죽음을 맞이할 뻔 한다.

자팡이 알리타에게 "휴고는 사실 살인범이다"라며 혼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휴고의 목을 자른 척 하고 이도 박사에 데려가 기계 육체를 붙여준다.

분노한 알리타는 복수를 위해 노바의 하수인인 벡터를 찾아가 그를 죽인다.

집으로 돌아온 알리타는 이도 박사를 통해 '휴고'가 죽지 않았음을 안 관리국이 그를 찾고 있다는 사실과, 관리국을 피해 휴고가 자렘으로 가기 위해 파이프를 기어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빨리 휴고를 뒤쫓아가, 자신과 함께 고철도시로 다시 돌아가자고 그를 설득한다.

알리타의 설득에 휴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으나, 노바는 파이프링에 디펜스링(파이프를 기어오르는 자들을 죽이기 위한 믹서기 날같은 원형 금속)을 내려보낸다.

알리타는 그것을 뛰어넘어 피했으나, 휴고는 제대로 피하지 못해, 한 팔과 두 다리가 잘려나간다.

재빨리 떨어지는 그를 붙잡았으나, 휴고의 남은 팔마저 끊어지며, 그는 결국 땅으로 떨어지고 만다.

분노한 알리타는 자렘을 파괴하기 위해 마음을 먹으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후기 : 휴고는 사실 죽지 않았다?

휴고는 작게 보면 총 3차례의 죽음 위기를 맞게 된다.

첫번째는 자팡의 칼에 찔렸을 때, 두번째는 디펜스링이 내려왔을 때, 세번째는 알리타가 떨어지는 휴고를 붙잡았을 때.

사실 스토리 전개상 휴고를 죽이려고 했다면, 애초에 자팡의 칼에 찔렸을 때 죽였어도 충분했다.

혹여 자렘에 대한 알리타의 직접적인 분노를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길 바랐기에 사이보그화 시키고 자렘을 오르는 씬을 추가했다고 가정하면,

차라리 디펜스링이 내려왔을 때 애초에 피하지 못하고 갈려나가는 씬이 좀 더 처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휴고는 디펜스링마저 피하며(완전히 피하진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머리는 온전히 남겨진 채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 만큼 확실한 사망플래그도 없다고 하지 않은가?

휴고가 확실하게 죽었다는 씬도, 죽은 휴고의 남은 육체를 수습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

휴고를 사이보그화 시킨 것도 분명 의도가 있을 터.

후속작에서 알리타의 조력자로 재등장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알리타는 일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였다.

결국 스토리라인은 원작을 따라갔을 것이고, 만약 휴고가 살아있다면 '나무위키'에 그 내용이 언급되어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았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결국 그냥 알리타의 희망고문, 분조자극용 캐릭터로 굴려지다가 안타깝게 죽은 셈...

물론 원작과 영화는 스토리를 100% 같게 하긴 어렵기 때문에 후속작에서 등장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긴 하다.

(어벤져스와 토르의 로키처럼)

알리타는 플롯이 탄탄한 영화는 아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짧고 제한된 분량 안에 긴 서사를 모두 넣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플롯이 망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원체 서양액션영화 중 플롯이 뛰어난 영화는 보기 드물기 때문에... 애초에 플롯에 대한 기대는 전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영화를 상당히 재밌게 보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

화려한 액션과 그래픽 때문만은 아니다. 소재나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이, '아바타'의 그것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서사나 플롯의 탄탄함에 목을 매는 사람이 아니라면, 제법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글 = 김지금

사진 = 네이버영화 '알리타'

2014년 1월, 겨울왕국1이 개봉한 이후 약 6년만에 겨울왕국2가 개봉했다. 무서운 속도로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 겨울왕국2.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그 당시엔 사방에 '렛잇고~ 렛잇고~' 하며 울려퍼졌었다. 당시 군대에 있었던 나도 겨울왕국 ost의 인기를 실감할 정도였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같은 ost 돌풍이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왕국2의 인기가 1보다 못하다면 모르겠다. 겨울왕국1은 초기 흥행이 뛰어나진 않았다. 렛잇고 열풍을 타고 점차 흥행이 강해진 케이스였다. 반면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1이 6년간 쌓아왔던 인기와 인지도를 등에 엎고 시작부터 폭발적이 관객수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누적 관객수 추이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겨울왕국1은 초기 8일동안 173만밖에 달성하지 못했으며, 개봉 46일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겨울왕국2는 600만명을 달성했으며, 11일만에 858만명을 달성하였다. 겨울왕국1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시간 문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영화들의 특징은 뮤지컬처럼 등장인물이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며 캐릭터의 심경을 표현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좋은 ost와 캐릭터의 스토리가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과 전율을 전사할 때가 많다. Let it go에서 엘사가 얼음성을 세우는 장면, Speechless에서 자스민 공주가 휙 뒤돌아 성큼성큼 걷는 장면 등을 보면 소름이 돋곤 했다.

겨울왕국2의 ost가 나쁜 것도 아니다. 'Into the unknown', 'Show yourself' 등의 곡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다. 영화 속에선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지며, 이전 작품들과 같이 전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세게에서 'Let it go'나 'Speechless'에 비하면 체감 인기는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왕국2 OST가 Let it go나 Speechless에 비해 흥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복잡해진 플롯으로 인한 캐릭터 공감 부족

겨울왕국2가 개봉한지 만으로 6년 가까이 지난 지금, 겨울왕국1을 봤던 사람들의 연령대는 한층 치솟았다. 초등학생은 중, 고등학생이 되었으며, 고등학생은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되었을 시기. 평균 시청 연령대가 높아지는 만큼,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타깃을 '아동'에서 '성인'으로 돌렸다.

겨울왕국2의 핵심 키워드는 '길'이었다. 작품 중간중간 계속 '길'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헤매는 엘사와 안나의 모험은 인간의 가장 최종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이는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욕구로, 어린아이 보다 성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덕분에 스토리는 겨울왕국1보다 더 어둡고, 복잡해졌고, 심도깊어졌다. 힘을 억제하기 싫어 세상과 단절하여 '해방'되는 렛잇고나 자신의 나약함에도 힘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극복'의 스피치리스 처럼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Speechless에서 나오미 스콧이 휙 뒤돌며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아직까지 소름이 돋는다.

엘사 캐릭터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복잡한 감정이므로, 관객들 전부가 엘사에 깊게 몰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엘사가 왜 정체성이 흔들리는지, 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지는 엘사의 감정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혹자는 '그냥 안나랑 행복하게 살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엘사의 감정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해방'이나 '극복'에서 오는 '시원함, 후련함' 등과 비교하면, 엘사의 감정은 훨씬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간접적인 경험(영화 시청)만으로 엘사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건 보다 불리하다.

자연히 OST에 대한 감정이입은 전작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2. 뮤지컬 형식 음악이 되어 복잡하고 따라 부르기 어려움

캐릭터의 감정이 복잡해진 만큼, 감정을 묘사하는 OST 역시 복잡해졌다. 밝고 경쾌하며 간단한 멜로디로 구성되었던 'Let it go'에 비해 'Into the unknown'은 어둡고, 몽환적인 이미지와 가사로 이루어져있으며, 가사 역시 많아졌다.

가장 큰 차이는 노래의 핵심이자 인기를 끄는데 가장 중요한 '훅' 부분을 보면 비교 가능하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Let the storm rage on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Let it go의 훅 부분

I won't be silenced

You can't keep me quiet

Won't tremble when you try it

All I know is I won't go speechless

Speechless

Speechless의 훅 부분

Let it go나 Speechless의 훅을 보면, 꽤 많고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렛잇고~ 한번 부르다 보면 뒤의 캔 홀미 백 애니 몰~ 하며 줄줄이 이어서 부르기 좋게 되어있다.

스피치리스도 아이원비 사일런슫~ 유켄 킵미 콰이엇~ 하며 줄줄이 흥얼거리게 된다.

영화 한번만 봐도 전체적인 멜로디가 어느정도 기억이 난다.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Ah ah oh oh

Ah ah oh oh oh oh

Into the unknown의 훅 부분

반면 Into the unknown은 훅이 매우 간결하여, 인투디언노운~ 아아아아~ 밖에 흥얼거릴 수 없다. 곡을 여러번 반복해서 듣지 않는 이상, 벌스나 브릿지 부분은 기억이 잘 안난다.

렛잇고나 스피치리스는 흥얼거리기 좋은 만큼, 노래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에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좋다. 반면 Into the unknown을 노래방에서 불러본다고 생각해보자. 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르는 건 듣기 좋지만, 평범한 일반인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면? 아마도 듣기 좋은 소리는 안날 것 같다.

따라부르기 힘든 노래는 곧 바이럴성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즉 음악 흥행에 훨씬 불리하다.

히트쳤던 아이돌의 노래들을 보면 대부분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따라 부르기 좋고 쉬운 가사과 안무 들로 구성되어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악이 흥행에 유리하다.


겨울왕국2는 깊어진 스토리와 캐릭터 감정선으로,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겨울왕국2를 재미있게 보았고, 중간중간 소름도 느꼈지만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순했던 스토리가 다소 무거워지고 복잡해졌다 해서 더 나은 작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겨울왕국2 보다 더 무겁고, 심도 깊은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전작을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건, 전작이 워낙 단순한 스토리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오함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지 않은 디즈니였기에, 살짝 심오함을 건드려주니 고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것.

디즈니 작품들은 '단순한 스토리'에서 오는 '감정'과 그로 인한 '메세지'가 매력적이었다.

'겨울왕국2'로 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성공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플롯이 더 깊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겨울왕국2'가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거다.

단순한 작품이라고 해서 심오한 작품 보다 뒤떨어지는 건 아니다. 서로의 방향이 다를 뿐.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1'과는 '다른 성격'의 작품이기에 절대적으로 1이 뛰어나다, 2가 뛰어나다 평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겨울왕국2'가 더 인상깊었다고 평하거나, 지금까지 행보와는 다른 형태의 작품을 내놓은 디즈니의 새로운 변신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정도가 가장 적당한 스탠스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글 · 김지금

사진 · 네이버영화 '겨울왕국' , '겨울왕국2'.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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