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없다. 믿음만 있을 뿐.
영화 <마더>
‘아무도 믿지 마. 나도 믿지 마.’ 작품에서 진태가 도준의 어머니에게 말하는 대사다.
필자는 이 대사가 이 영화의 핵심 주제를 꿰뚫는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외부적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도준은 살인 혐의를 뒤집어쓰게 됐고,
그 누명을 벗기기 위해 엄마는 무능력한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었으며,
범인일 거라고 생각되는 할아버지에게 찾아갔으나, 그 할아버지는 도준이 범인이라고 말하고,
아들의 범죄를 덮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진범이 잡혀서 도준이 풀려나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해석들이 많이 존재할 수 있다.
아무래도 <마더>를 보고 가장 많이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게, 누가 진짜 범인이냐는 것이다.
첫 째로, 영화 내에서 진범으로 밝혀진 ‘종팔이’가 범인인 경우.
정말 단순하게, 영화를 생각 없이 봤을 경우의 경우이다.
이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할 것은 없다.
두 번째는 바로 ‘도준’이다.
도준은 ‘바보’라고 불렀을 때, 평소엔 보이지 않던 폭력성을 드러낸 장면들이 여러 번 나온다.
이성을 잃고 상대방에게 달려들곤 했는데, 고물상 노인의 증언에서나,
마지막 장면에 높은 곳에 시체를 올려놓은 이유를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도준이 진짜 범인이고,
종팔이는 억울하게 잡혀 들어간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는 고물상 노인이 범인이라는 것이다.
고물상 노인의 목격 증언은 100% 진실이 아니었다.
아정에게 쌀을 주는 대신 관계를 가지기 위해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것은 작품 내 여러 장면 등에서 추측이 가능한데,
노인은 아정을 안다고 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도 말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잡혀 들어가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도준을 재차 신고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경찰서에 전화를 한다.
물론 엄마가 노인에게 ‘도준이 금방 풀려날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이 점은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다른 해석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세 가지가 그나마 텍스트 내부에서 근거 있게 추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해석글을 하나 보았다.
두 번째 경우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간 건데, 모든 일들이 도준의 계획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작품 내부에서 어머니가 도준을 5살 때 죽이려고 했다는 장면.
그러니까 그 이후 도준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엄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근거로, 영화 후반부에는 도준의 바보 같았던 행동이 상당히 달라졌다, 5살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진범에게 뭍은 피는 아정의 코피였을 것이다, 등을 들고 있다.
만약 이렇게 해석한다면 감독은 작품 내에서 등장인물들만 속인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까지 속인 것이다.
이 리뷰를 본 필자는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사실 그 리뷰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가 춤으로 시작돼, 춤으로 끝나기에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이 리뷰가 나의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그만큼 기존 사람들이 하지 못한 파격적인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
맨 처음 언급했던 대사.
그것을 바꿔보면 ‘영화 장면 그 어느 것도 믿지 마.’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저 대사는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에게 하는 소리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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