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겨울왕국1이 개봉한 이후 약 6년만에 겨울왕국2가 개봉했다. 무서운 속도로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 겨울왕국2.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그 당시엔 사방에 '렛잇고~ 렛잇고~' 하며 울려퍼졌었다. 당시 군대에 있었던 나도 겨울왕국 ost의 인기를 실감할 정도였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같은 ost 돌풍이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왕국2의 인기가 1보다 못하다면 모르겠다. 겨울왕국1은 초기 흥행이 뛰어나진 않았다. 렛잇고 열풍을 타고 점차 흥행이 강해진 케이스였다. 반면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1이 6년간 쌓아왔던 인기와 인지도를 등에 엎고 시작부터 폭발적이 관객수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누적 관객수 추이만 비교해봐도 그렇다. 겨울왕국1은 초기 8일동안 173만밖에 달성하지 못했으며, 개봉 46일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겨울왕국2는 600만명을 달성했으며, 11일만에 858만명을 달성하였다. 겨울왕국1의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시간 문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영화들의 특징은 뮤지컬처럼 등장인물이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며 캐릭터의 심경을 표현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좋은 ost와 캐릭터의 스토리가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감동과 전율을 전사할 때가 많다. Let it go에서 엘사가 얼음성을 세우는 장면, Speechless에서 자스민 공주가 휙 뒤돌아 성큼성큼 걷는 장면 등을 보면 소름이 돋곤 했다.

겨울왕국2의 ost가 나쁜 것도 아니다. 'Into the unknown', 'Show yourself' 등의 곡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다. 영화 속에선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지며, 이전 작품들과 같이 전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세게에서 'Let it go'나 'Speechless'에 비하면 체감 인기는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왕국2 OST가 Let it go나 Speechless에 비해 흥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복잡해진 플롯으로 인한 캐릭터 공감 부족

겨울왕국2가 개봉한지 만으로 6년 가까이 지난 지금, 겨울왕국1을 봤던 사람들의 연령대는 한층 치솟았다. 초등학생은 중, 고등학생이 되었으며, 고등학생은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되었을 시기. 평균 시청 연령대가 높아지는 만큼,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타깃을 '아동'에서 '성인'으로 돌렸다.

겨울왕국2의 핵심 키워드는 '길'이었다. 작품 중간중간 계속 '길'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헤매는 엘사와 안나의 모험은 인간의 가장 최종 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이는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욕구로, 어린아이 보다 성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덕분에 스토리는 겨울왕국1보다 더 어둡고, 복잡해졌고, 심도깊어졌다. 힘을 억제하기 싫어 세상과 단절하여 '해방'되는 렛잇고나 자신의 나약함에도 힘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극복'의 스피치리스 처럼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Speechless에서 나오미 스콧이 휙 뒤돌며 노래를 부르는 부분은 아직까지 소름이 돋는다.

엘사 캐릭터의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복잡한 감정이므로, 관객들 전부가 엘사에 깊게 몰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엘사가 왜 정체성이 흔들리는지, 왜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는지는 엘사의 감정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혹자는 '그냥 안나랑 행복하게 살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엘사의 감정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해방'이나 '극복'에서 오는 '시원함, 후련함' 등과 비교하면, 엘사의 감정은 훨씬 고차원적인 감정이다. 간접적인 경험(영화 시청)만으로 엘사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건 보다 불리하다.

자연히 OST에 대한 감정이입은 전작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2. 뮤지컬 형식 음악이 되어 복잡하고 따라 부르기 어려움

캐릭터의 감정이 복잡해진 만큼, 감정을 묘사하는 OST 역시 복잡해졌다. 밝고 경쾌하며 간단한 멜로디로 구성되었던 'Let it go'에 비해 'Into the unknown'은 어둡고, 몽환적인 이미지와 가사로 이루어져있으며, 가사 역시 많아졌다.

가장 큰 차이는 노래의 핵심이자 인기를 끄는데 가장 중요한 '훅' 부분을 보면 비교 가능하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Let the storm rage on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Let it go의 훅 부분

I won't be silenced

You can't keep me quiet

Won't tremble when you try it

All I know is I won't go speechless

Speechless

Speechless의 훅 부분

Let it go나 Speechless의 훅을 보면, 꽤 많고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렛잇고~ 한번 부르다 보면 뒤의 캔 홀미 백 애니 몰~ 하며 줄줄이 이어서 부르기 좋게 되어있다.

스피치리스도 아이원비 사일런슫~ 유켄 킵미 콰이엇~ 하며 줄줄이 흥얼거리게 된다.

영화 한번만 봐도 전체적인 멜로디가 어느정도 기억이 난다.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Ah ah oh oh

Ah ah oh oh oh oh

Into the unknown의 훅 부분

반면 Into the unknown은 훅이 매우 간결하여, 인투디언노운~ 아아아아~ 밖에 흥얼거릴 수 없다. 곡을 여러번 반복해서 듣지 않는 이상, 벌스나 브릿지 부분은 기억이 잘 안난다.

렛잇고나 스피치리스는 흥얼거리기 좋은 만큼, 노래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에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좋다. 반면 Into the unknown을 노래방에서 불러본다고 생각해보자. 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르는 건 듣기 좋지만, 평범한 일반인이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면? 아마도 듣기 좋은 소리는 안날 것 같다.

따라부르기 힘든 노래는 곧 바이럴성이 낮다는 걸 의미한다. 즉 음악 흥행에 훨씬 불리하다.

히트쳤던 아이돌의 노래들을 보면 대부분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따라 부르기 좋고 쉬운 가사과 안무 들로 구성되어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악이 흥행에 유리하다.


겨울왕국2는 깊어진 스토리와 캐릭터 감정선으로,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겨울왕국2를 재미있게 보았고, 중간중간 소름도 느꼈지만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단순했던 스토리가 다소 무거워지고 복잡해졌다 해서 더 나은 작품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겨울왕국2 보다 더 무겁고, 심도 깊은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전작을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건, 전작이 워낙 단순한 스토리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반전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오함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지 않은 디즈니였기에, 살짝 심오함을 건드려주니 고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것.

디즈니 작품들은 '단순한 스토리'에서 오는 '감정'과 그로 인한 '메세지'가 매력적이었다.

'겨울왕국2'로 그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성공적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 것 역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플롯이 더 깊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겨울왕국2'가 '겨울왕국1'을 뛰어넘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거다.

단순한 작품이라고 해서 심오한 작품 보다 뒤떨어지는 건 아니다. 서로의 방향이 다를 뿐.

'겨울왕국2'는 '겨울왕국1'과는 '다른 성격'의 작품이기에 절대적으로 1이 뛰어나다, 2가 뛰어나다 평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겨울왕국2'가 더 인상깊었다고 평하거나, 지금까지 행보와는 다른 형태의 작품을 내놓은 디즈니의 새로운 변신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정도가 가장 적당한 스탠스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글 · 김지금

사진 · 네이버영화 '겨울왕국' , '겨울왕국2'.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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