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웹툰이었던 '타인은 지옥이다'가 드라마화 된지 약 2달만에 종영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 처럼 작품 초반에 왕눈이 역할이 유기혁에서 서문조로 바뀌며 스토리가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웹툰과 드라마는 비슷하지만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서사에서 캐릭터가 곧 플롯이다. 캐릭터의 설정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달라진 행동이 다른 스토리라인을 그린다. 타인은 지옥이다 드라마에서 많은 캐릭터의 설정이 조금씩 달라졌고, 그로 인해 원작과는 조금 다른 스토리로 끝맺음을 맺게 됐다.

이런 관점으로, 캐릭터 설정의 차이를 분석하여 드라마 / 웹툰 전체적인 스토리 차이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윤종우

트라우마에서 사이코패스로

 

정상 수준에서 서서히 미쳐갔던 원작의 윤종우와는 달리, 드라마 윤종우는 중반 부분부터 얼 빠진 수준 이상으로 사람이 미쳐갔다.

웹툰 윤종우는 궁지에 몰린 쥐 처럼 겁에 떨다, 결국 고벤저스에 의해 감금 당한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탈출 및 구출(지은, 창현)을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고벤저스들을 죽이고 그곳에서 탈출한다. 그리고 '트라우마'가 남은 채 마무리된다.

드라마 윤종우는 겁에 떨긴 했지만, 내면의 폭력성이 작품 초반부터 조금씩 새어나왔다. 궁지에 몰린 쥐가 아니라 서서히 미친 개가 된 종우는, 서문조(왕눈이)가 깔아놓은 빅픽처의 말이 되어 철저히 그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결국 미친 사람을 넘어, '사이코패스 살인자'로 변한다.

전투력도 달라졌다. 원작 종우보다 더 사나워지긴 했지만, 체격이 크게 작아졌고 그로 인해 고등학생 3명과의 싸움도 겨우 이긴다. (원작 종우는 cctv 없는 것까지 확인한 후, 큰 피해 없이 3명을 모두 때려잡는다)

드라마 속 종우는 원작 보다 훨씬 더 빠르고 깊게 미쳐갔다. 저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왜 진작 고시원을 나가지 않는가? 하는 개연성에 의문이 들 만큼 말이다.

원작의 종우는 정말 서서히 미쳐갔기 때문에 그가 미쳐가는 과정, 그로 인한 행동 변화, 움직임 등등이 모두 납득할 수준이었다면. 드라마 속 윤종우는 결말을 위해 제작진이 어거지로 끌고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살인마 소굴이라고 거의 확정하는 분위기에서 여자친구인 지은을 구하겠다고, 경찰에 신고도 안하고 들어가는 종우나 그걸 따라 들어가는 후임 창현이나 도저히 납득이 안갔다.

(여경에게 이야기 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신고가 아닌, 경찰 친구에게 얘기하는 수준이다. 이전에 고시원을 신고했다 장난전화 취급을 받는거로 어느정도 개연성을 부여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납치된 것 같으니 도와달라고 신고하면 경찰은 출동할 수 밖에 없다.)

원작의 윤종우는 고시원을 다시 돌아간 것도, 도망치기 직전 자신의 신상정보를 숨기기 위해 노트북과 짐을 챙기기 위함이었지만, 드라마의 윤종우는 여자친구인 지은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

고시원으로 되돌아간 이유가 다르니, 마음가짐도 다르고, 결국 스토리도 다르게 전개되어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 웹툰에서 202호에 살았던 종우였기에, 드라마 속 묵었던 모텔의 호수도 202호였다는 이스터에그가 있다.

2. 왕눈이 / 서문조 X 유기혁

'귀신'에서 사이코 집착남으로

 

 

웹툰에서 202호에 사는 종우와 203호에 사는 왕눈이, 그리고 201호에 사는 누군가(결국 그도 왕눈이었음)가 있었다.

그 '누군가'를 형상화 한 것이 서문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왕눈이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긴 했지만, 서문조 처럼 스토커 수준으로 집착하거나 그를 살인마로 키울 생각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치과의사도 아니었다. 설정만 보면 오히려 유기혁이 더 왕눈이에 가깝다. 이것이 이전 포스팅에서 웹툰 속 왕눈이는 '유기혁'이고, '서문조'는 왕눈이 포지션에 있는 대체 캐릭터라고 칭한 이유다.

서로의 성향이 다르니 결국 종우가 살인하는 동기도 달라지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원작에서 종우가 살아남은 건 왕눈이와는 관계 없이 온전히 본인의 기지였지만, 드라마는 종우가 살인을 하도록 판을 깔아준다.

사망한 원인도 다르다. 서문조는 윤종우를 완벽한 살인마로 만들기 위해, 본인이 모든 죄를 끌어안고 윤종우에게 죽음을 선택한다. 반면 왕눈이는 키위에게 망치로 맞아 사망한다. (그럼에도 즉사하진 않아 정말 귀신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서문조가 사이코 살인마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왕눈이는 마치 '귀신' 같은 존재로 '얘가 정말 사람이 맞을까?' 하는 미스터리한 공포를 심어주었다.

설정이 가장 많이 달라진 캐릭터인 왕눈이 / 서문조 X 유기혁 이었다.

3. 키위 / 변득종, 변득수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말 더듬고 실실 웃는 키위와 정색하고 말 안더듬는 키위, 둘을 변득종과 변득수로 나눠놓았다.

왕눈이에 불만을 갖게 되는 원인도 다르다.

키위는 항상 자기 마음대로 하며, 자신을 부하 부리듯 다루는 왕눈이에게 반감으로 그를 죽인다.

반면 변득종은 형인 변득수를 죽인데에 대한 불만이 더 컸다.

원작에선 왕눈이를 죽이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드라마에선 큰 활약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서문조를 항상 증오하고, 죽일 것 같았던 변득종이 왜 종우에게 달려들었는지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다. 반전 결말을 위해 어거지로 끼워맞춘 느낌.

쌍둥이임이 처음 밝혀졌을 때도 그렇다. 종우 보다 먼저 살고 있었던 조폭 아저씨 조차 키위가 쌍둥이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설정.

쌍둥이임이 밝혀진 후 부턴, 대놓고 돌아다니는데, 그럴거면 왜 동생인 척 연기하며 숨어지냈던 걸까?

4. 히키코모리 / 홍남복

히키코모리에서 변태사이코로

 

특별한 별명이 없어서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

원작과 비슷한 성격에 변태 + 조선족 이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또, 원작에선 크게 모자란 모습으로 그러졌지만, 드라마에선 사이코 변태라는 점 빼면 말도 멀쩡히 잘 하고 지능도 정상수준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에선 자신이 서문조(왕눈이)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원작에선 그냥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한다.

5. 고시원 아줌마 / 엄복순

아줌마에서 악마로

 

왕눈이의 엄마이자, 특별함 없는 고벤져스의 일원이었으나, 드라마에선 그 위상이 떡상했다.

약물을 이용해 고시원 외부에서도 범죄를 저지르고, 고벤져스 내 평가에서 서문조에 준하는 위엄을 갖고 있다.

6. 민지은

걱정에서 경멸로

여전히 종우의 고향에 살고 있던 웹툰의 지은이지만, 드라마 속 지은이는 종우보다 먼저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웹툰에선 종우를 걱정하는 모습이 더 많이 비춰졌던 지은이지만, 드라마에선 걱정 보단 오히려 그를 더 몰아세우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

종우와의 만남 이후, 웹툰 지은이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지만(왕눈이가 납치했다는 건 거짓말), 드라마 지은이는 실제로 잡혀 종우를 흑화하게 한다.

7. 사장 형 / 신재호

빛에서 찌질이로

 

드라마에서 찌질한 꼰대의 모습을 보여줬던 재호와는 달리, 웹툰에선 '빛재호'라며 칭송을 받았다.

물론 개인주의에 어느정도 꼰대 기질이 있긴 했지만, 모두 주인공을 걱정해서 한 말들과 행동이었다.

왕눈이와의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웹툰 재호는 철저히 주인공 편을 들어주며, 주인공 입장에서 화를 내주지만, 드라마 재호는 종우와의 갈등에 끼어들고 자신을 불쾌하게 했다는 이유로 화를 낸다.

8. 병민씨 / 박병민

진상에서 찐따로

 

 

웹툰과 드라마 둘 다 찌질한 건 변함이 없으나, 웹툰의 병민씨는 드라마 처럼 찐따 같지는 않았다. 말을 더듬지도 않았고, 크게 소심하지도 않았다.

9. 경찰

 

본편에 없던 경찰 캐릭터들이, '타인은 지옥이다 - 연쇄묘 살인사건' 이라는 외전을 통해 등장해 드라마와 연계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드라마 작가 / 감독이 우리나라 경찰에 원한이 있는 듯 하다.

물론 경찰들이 대응을 잘못한 경우도 있지만, 너무 무능력하고 의지 없는 모습으로 그린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정화 순경을 제외한 경찰들은 무능력의 끝판왕을 보여주며, 소정화 순경 역시 능력 대비 무리한 행동을 자주 하여 불안감을 일으킨다.


웹툰과 플롯을 달리하여 다른 결말을 맞이한 시도는 좋았지만, 그 개연성에 의문이 드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불안하고 의심하면서도, 돈 몇푼 때문에 끝끝내 고시원에서 붙어사는 종우나,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고 장난전화로 치부해버리는 경찰,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소정화 순경.

특히 마지막회의 개연성은 정말 안타까웠다. 왕눈이를 죽이러 갔던 키위가 왜 종우와 싸우다 죽었으며, 소정화 순경은 홍남복을 죽인 걸 엄복순으로 확신한건지.

마지막 반전을 위한 어거지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스릴감과 몰입감이 뛰어나서 재미를 주는데는 성공적인 드라마였지만, 플롯의 완성도에선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메세지를 너무나도 1차원적으로 해석한 것도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고시원을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으로 표현하는데, 너무 대놓고 지옥인 곳이라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거창한 명언을 갖다 붙이기 좀 민망한 느낌? 차라리 종우가 미쳐가는 와중에,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미친 사람 취급만 하는 지은이나 회사 동료들로 인해 더더욱 미쳐가는 종우의 모습이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메세지가 어울린다고 본다.

다만 어설프게 원작을 따라하기 보다, 드라마에 맞게 각색하여 전개해나간 부분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고 싶다.

어쨌거나 꼬박꼬박 본방을 챙겨볼 만큼 너무나도 재밌게 봤고, 또 내 취향이었던 드라마였기에 앞으로도 이런 스릴러 작품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마션 줄거리

NASA의 화성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던 도중 모래폭풍을 만난다.
강한 모래 폭풍 때문에 지구로 돌아가는 우주선이 쓰러질 위기에 놓이자, 탈출을 하기로 결정한다.

우주선에 탑승려는 도중,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모래폭풍에 의해 날아온 '부러진 통신 안테나' 파편에 맞아 날아가게 되고, 그를 찾을 수 없던 대원들은 시간을 더 지체하면 화성에서 탈출 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와트니를 두고 간다.

모래 폭풍에 날아간 데다 혼자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는 탐사팀 및 지구인들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임무 도중 사망하게 된 와트니에 대해 크게 안타까워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

하지만 와트니는 살아 있었다.
그에겐 두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생존을 이어나가는 것과 그냥 포기하는 것.
그는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식물공학자였던 그는, 그가 가진 지식과 남겨진 감자들을 이용해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또한 화학적으로 물까지 만들어낸 그는, 구조대가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생존 사이클을 만들어냈다.

​한편 지구에서는 위성 사진을 통해 와트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를 구출하기로 결정한다.
세계는 죽은 줄 알았던 화성 탐사대원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며, 그 악명 높은 중국마저 와트니를 위해 숨겨두었던 우주선 기술을 공개하며 미국을 돕는다.

한편 와트니는 구조대를 기다리며 생존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두가지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지 내부를 화성의 대기에서 막아주는 '에어락' 연결부가 수명을 다해 파열되고 만 것이다.
기압차로 인해 기지 한쪽이 아예 폭발해버리고, 와트니가 기껏 키운 감자들이 다 죽어버렸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 까지 버틸 수 있을만한 식량이 없는 상황.

죽어버린 감자들

결국 식량 조달을 위해 안전 점검을 생략하고 구조선을 발사하지만, 공중에서 폭파하고 만다.

​그때 와트니를 두고 떠났던 화성 탐사대원들이 타고 있는 우주선을 이용해 구조를 시도한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구의 자전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다시 화성으로 보낸다.

하지만 그 우주선은 화성에 착륙할 수가 없다. 와트니가 직접 화성상승선을 타고 우주선 근처까지 도착해 도킹해야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고, 와트니는 자신의 슈트를 찢어 기압차로 추진력을 얻어 '아이언맨' 처럼 날아 우주선 탑승에 성공한다.

구조된 와트니는 추후 NASA의 훈련 교관이 되어, 학생들에게 자신의 화성 생존 썰을 푼다.
질문이 있냐며 물어보자 모든 학생이 손을 번쩍 들며 영화는 끝이 난다.

 

 

마션 리뷰, 생명 무게의 아이러니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어려서부터 '생명의 무게는 모두 같다' 라는 걸 배운다.
대표적 일화는 성명의 저울이다. 다양하게 변형되어 있지만 내가 기억한 일화는 아래와 같다.

한 사냥꾼이 비둘기를 사냥했다.
그러나 그 비둘기는 어느 귀족이 기르고 있는 비둘기였다.
사냥꾼은 사죄를 했고, 귀족은 그럼 비둘기의 무게 만큼 살을 내놓으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곤 저울을 가져왔다.
사냥꾼은 자신의 살 한 덩이를 베어 저울에 올렸다. 그러나 저울은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더 잘라서 올렸다.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냥꾼은 자신의 팔 한쪽을 잘라 올렸다.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사냥꾼은 스스로 저울 위에 올랐다. 그제야 저울은 수평이 맞춰졌다.

동물과 인간의 생명 무게도 동일하다고 배우는데, 하물며 인간과 인간 간의 생명의 무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과연 그럴까?

마션의 주인공은 화성 탐사에 나설 만큼 나사 안에서도 엘리트로 꼽힐 것이다. 또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생존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천문학적은 금액을 써가면서 구조 작전을 세운다.

그러나 세상엔 와트니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고, 도움은 커녕 신경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생명의 무게라면, 왜 와트니 한사람은 전세계가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는걸까?

당연히 생명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적인 생명체지만, 그보다 더 감정적이다.
인간에게 감정이 있는 이유는 분명 생존에 필수적인 장치이기 때문일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감정이 없는 사람들이 적자생존하여, 현재는 이성만 남은 사람들이 있겠지.

감정은 인간이 사회를 이루게 도와주고, 강자가 약자를 돕게 해준다. 물론 감정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는 악조건도 있지만.

아무튼 인간은 감정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생명의 무게를 비교한다. 나와 가까운 사람은 무겁고, 나와 먼 사람은 가볍게. 모르는 타인 수백만명의 죽음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지만 가까운 사람 한 명의 죽음엔 억장이 무너지는게 사람이다.

와트니의 경우에도 화성에 홀로 남겨진 탐사원이라는 그럴듯한 스토리라인이 그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세계가 그를 돕게 만든, 즉 그의 생명의 무게를 늘리게 되었다.

생명의 무게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생명의 무게는 같다고 배운다.
생명 무게의 아이러니다.



글 · 김지금
사진 · 네이버영화 '마션'

원작인 웹툰 <치즈 인더 트랩>이 인기를 끎에 따라
드라마 혹은 영화화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독자들의 소원대로 정말 이루어졌다.

한국 작품 중에서 드라마화와 영화화가 동시에 된
소설 혹은 만화가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치즈 인더 트랩의 인기는 상당했다.
처음 드라마화가 확정이 되고, 배우들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슈가 있었다.

유정은 사람들이 바라던 대로 박해진이 맡았지만,
홍설 역으론 많이 거론되던 '오연서' 등의 배우와는 달리
'김고은'이 캐스팅 되었다.

이 때문에 상당히 반발이 많았고,
캐스팅을 자기들 원하는대로만 해달라고 하는
치인트 악성 팬을 보고
치인트 + 시며느리를 조합한, '치며느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결과적으론 최종 시청률 7%대로,
케이블 드라마 치곤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서강준과 이성경은 각각
백인호, 백인하 캐릭터를 매력있게 소화해 내면서
주연보다 더 주목받을 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주연인 유정의  비중이 후반부 부터 백인호에게 밀려서
남주가 바뀐거 아니냐는 빈정거림도 많았다.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설정 때문에
원작 작가인 순끼님 자체도 불편한 의사를 내비치면서
불명예스럽게 드라마가 종영되고 말았다.

그런 드라마에 화가난 것인지,
배우부터 싱크로율 높게 캐스팅한
영화 치즈인더트랩 제작이 확정되었다.

싱크로율이 좋았던 유정역의 박해진은 그대로 하지만,
가장 말이 많았던 홍설역은 그토록 사람들이 원하던
오연서로 캐스팅 되었다.





약 2년 후, 영화 <치즈 인더 트랩>이 개봉을 했다.
재밌어보인다기 보단,
내가 봤던 웹툰과 드라마가 영화로는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보러간게 컸다.

확실히 영화는 드라마보다 캐릭터 싱크로율이 괜찮았다.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 설정 등,
원작 느낌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의 높은 싱크로율은 영화 스토리에 몰입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기존에도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로 불렸던 치인트인데,
영화에서도 로맨스릴러의 모습을 여실없이 보여주었다.
아니, 웹툰보다 더욱 스릴러에 치중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
영상물 느낌이었다.

긴 호흡의 웹툰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느라
스토리가 싹뚝싹뚝 잘려나가는 것은 물론,
커다란 한 줄기의 메인 플롯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개의 서브 플롯이 난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승승결 같은 느낌이었다.
백인호, 백인하 캐릭터는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잘 살렸으나,
도대체 왜 등장해야하는지 모를 지경.

떡밥은 잔뜩 뿌려놓고 영화 내부에선 회수되지도 않았다.
악역도 아니고, 선역도 아니고...
음식으로 치자면, 밥도 아니고 반찬도 아니고 조미료도 아닌,
그냥 데코레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떡밥은 잔뜩 뿌려놓고,
회수는 웹툰을 본 우리들 기억에 의존한다.

이들이 존재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것은 맞지만,
플롯상 등장해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원작에 있는 캐릭터니까 영화에도 넣어야지. 하는 느낌.

등장 시간은 조연이나, 비중은 엑스트라 급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영화의 평은 드라마보다 못한 듯 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웹툰과 드라마, 영화가 가지는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거다.
호흡도 다르고, 연출방법도 다르고, 소비 연령층도 모두 다르다.

웹툰은 분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을 작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영화는 물론 드라마보다 스토리가 길다.

그나마 드라마는 여러 화에 걸쳐서 찍을 수라도 있지,
영화는 2시간 이내의 러닝타임 내로 압축을 해야한다.

웹툰은 등장인물의 표정, 대사, 독백, 부연설명 등
상당히 폭넓게 묘사가 가능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시각적인 부분을 위주로 묘사를
해야만 한다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주 소비층 역시, 웹툰은 10대에서 30대,
드라마는 30~40대 여성이,
영화는 20대들이 가장 많이 본다.

같은 작품이라도,
웹툰 소비층과 영화 소비층은
평가를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작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를 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은 무엇일까?

각 매체의 특성에 맞게 스토리를 재구성해야한다.
매체에 맞게 묘사를 다시하고,
매체에 맞게 플롯을 바꿔야 한다.

웹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매력적이게 보이기엔 쉽지 않다.

웹툰 홍설처럼, 외부로 보여지는 것 보다
내적 갈등과 많은 생각으로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드라마나 영화에선 매력적으로 보여지기 힘들다.

그럼 홍설이라는 캐릭터도 드라마나 영화에 맞게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정을 거치면 사람들은
왜 원작을 따라가지 않냐고 엄청난 비난을 쏟아낸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이런 경우였다.
웹툰 원작 스토리를 드라마라는 특성에 맞게
잘 각색해서 제작했지만,

많은 치인트 팬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작품이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원작을 충실히 반영해서 제작을 해도,
웹툰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여기저기 숭텅숭텅 스토리가 잘리고,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판을 한다.

많은 수의 웹툰 원작들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곤 했지만,
대다수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비판의 큰 줄기는 두개가 있다.

첫번째는 '중요한 부분을 너무 짤라 먹었다.'
이는 원작에 출실하여 만든 작품들을 대상으로
나오는 비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웹툰과 드라마나 영화는
스토리 길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촬영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감독'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작품 내에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없다.

자신이 재밌게 본 부분은 중요하다,
재밌지 않게 봤거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표현할 뿐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철저히 개인적 취향이기 때문에
원작의 모든 씬을 그대로 제작하지 않는 한,
이런 비판은 끊이지 않고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각색하여
제작한 경우이다.

감독과 작가들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이상하고,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매체의 특성에 맞게 리메이크를 하였다.

하지만 이런 점은 원작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는 작품 자체의 매력과 완성도는 관계없이
근거없는 비난을 받게 된다.

감독과 작가는 오히려 훌륭하게 작품을 재탄생
시켰는데도 말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미생'이 아닐까 한다.

칭찬일색이던 미생.
왜 미생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건 바로 미생이라는 웹툰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웹툰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미생이라는 웹툰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미생 역시 드라마라는 매체에 맞게 각색된 작품이다.
하지만 미생을 보는 시청자들 대다수가, 미생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러니 원작과 다르다고 비판을 하는 사람이 적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찾아보면 미생도 웹툰과 다르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워낙 미생 웹툰 구독자 수가 다른 유명 웹툰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뭍힐 수 있었다.)

상당수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는
인기있는 웹툰만을 원작으로 하기에,
원작의 그늘에 가려져 비교되기 쉽상이다.

드라마는 드라마 독립적으로,
영화는 영화 독립적으로 봐야한다.

원작 웹툰과 비교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어떤 작품도 호평을 받기 힘들 것이다.

제발 원작에 충실하라고 발끈하지말고,
웹툰으로만 남았어야 했다고 통찰력을 가진 척 하지 말고
작품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 보자.

그런식의 관점은 웹툰의 드라마화, 영화화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어떻게 만들어도 원작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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