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즌 2까지 나오고 휴재 중에 있는 네이버 웹툰 '찌질의 역사'는 30대 중반이 되어 오랜만에 모인 대학 친구들의 과거 회상에서 부터 출발한다.


바로 그들이 연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던 시기.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자신 스스로도 상처를 받았던 시기. 어른이 아니었던, 어른이 되지 못했던 그들의 찌질했던 시기.


수많은 독자들은 주인공들을 보면서 발암이다, 뭐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들에 공감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주인공들의 행동은 아무래도 웹툰이고 재미를 주기 위해서 다소 과장된 면도 보이기는 하지만,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자신이 연애를 많이 해보지 못했을 때를 기억해보면 이불킥을 날릴 만한, 주인공과 같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작품 내용에서 보면 계속해서 어른과 어른이 아닌 자의 대립되는 내용이 나온다.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고, 이겨내고 이해하는 어른이 되고 싶은 20살 주인공들과, 아직은 감성적이고 순수하여 찌질해 보이는 시기.


그렇게 찌질하던 주인공들은 몇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


그렇다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어른은 찌질하지 않고, 20대 초반의 청년은 찌질하다는 이야기?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사실 찌질함이라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 사회 풍념으로 받아들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만 너무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기에 솔직한 것은 찌질함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해하고 참고, 견뎌낸다. 왜 그럴 수 있을까? 더 강해졌기 때문에? 아니다. 작품 내에서도 말했듯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익숙해졌기 때문에 어렸을때 만큼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경험으로 인해서 그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계속된 상처에 무뎌져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찌질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주 순수한 행동이다. 어렸을 때나 가능한, 어른이 아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 찌질했던 자신의 과거 하나하나가 순수했던 자신의 추억이고, 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과거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든 경험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고, 결국 누구나 처음에는 찌질했었으니까.




사람은 사랑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찌질하다고 표현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그건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밉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렇기에 조심스러워 지는 마음. 모두 당연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단순히 주인공의 찌질한 과거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자신의 순수한 과거를 기억해보자, 라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주인공의 역사는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남자들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찌질의 역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수했던 나', '아직 어른이 아니었던 나', '세상에 찌들지 않았던 나' 이다.


역사는 현재를 만들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 결국 찌질의 역사도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귀중한 과정이었다.





주인공의 행동과 모습에서 내가 겹쳐지는 것 같아 공감의 웃음이 픽하고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 속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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