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웹툰 <치즈 인더 트랩>이 인기를 끎에 따라
드라마 혹은 영화화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독자들의 소원대로 정말 이루어졌다.

한국 작품 중에서 드라마화와 영화화가 동시에 된
소설 혹은 만화가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치즈 인더 트랩의 인기는 상당했다.
처음 드라마화가 확정이 되고, 배우들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슈가 있었다.

유정은 사람들이 바라던 대로 박해진이 맡았지만,
홍설 역으론 많이 거론되던 '오연서' 등의 배우와는 달리
'김고은'이 캐스팅 되었다.

이 때문에 상당히 반발이 많았고,
캐스팅을 자기들 원하는대로만 해달라고 하는
치인트 악성 팬을 보고
치인트 + 시며느리를 조합한, '치며느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결과적으론 최종 시청률 7%대로,
케이블 드라마 치곤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서강준과 이성경은 각각
백인호, 백인하 캐릭터를 매력있게 소화해 내면서
주연보다 더 주목받을 만큼 임팩트가 있었다.

주연인 유정의  비중이 후반부 부터 백인호에게 밀려서
남주가 바뀐거 아니냐는 빈정거림도 많았다.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설정 때문에
원작 작가인 순끼님 자체도 불편한 의사를 내비치면서
불명예스럽게 드라마가 종영되고 말았다.

그런 드라마에 화가난 것인지,
배우부터 싱크로율 높게 캐스팅한
영화 치즈인더트랩 제작이 확정되었다.

싱크로율이 좋았던 유정역의 박해진은 그대로 하지만,
가장 말이 많았던 홍설역은 그토록 사람들이 원하던
오연서로 캐스팅 되었다.





약 2년 후, 영화 <치즈 인더 트랩>이 개봉을 했다.
재밌어보인다기 보단,
내가 봤던 웹툰과 드라마가 영화로는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에 보러간게 컸다.

확실히 영화는 드라마보다 캐릭터 싱크로율이 괜찮았다.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 설정 등,
원작 느낌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의 높은 싱크로율은 영화 스토리에 몰입하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기존에도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로 불렸던 치인트인데,
영화에서도 로맨스릴러의 모습을 여실없이 보여주었다.
아니, 웹툰보다 더욱 스릴러에 치중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
영상물 느낌이었다.

긴 호흡의 웹툰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느라
스토리가 싹뚝싹뚝 잘려나가는 것은 물론,
커다란 한 줄기의 메인 플롯이 존재하지 않고,
여러개의 서브 플롯이 난잡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기승전결이 아닌, 기승승승결 같은 느낌이었다.
백인호, 백인하 캐릭터는 원작 캐릭터의 성격을 잘 살렸으나,
도대체 왜 등장해야하는지 모를 지경.

떡밥은 잔뜩 뿌려놓고 영화 내부에선 회수되지도 않았다.
악역도 아니고, 선역도 아니고...
음식으로 치자면, 밥도 아니고 반찬도 아니고 조미료도 아닌,
그냥 데코레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떡밥은 잔뜩 뿌려놓고,
회수는 웹툰을 본 우리들 기억에 의존한다.

이들이 존재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증가시키는 것은 맞지만,
플롯상 등장해야할 필요가 전혀 없다.
원작에 있는 캐릭터니까 영화에도 넣어야지. 하는 느낌.

등장 시간은 조연이나, 비중은 엑스트라 급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영화의 평은 드라마보다 못한 듯 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웹툰과 드라마, 영화가 가지는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거다.
호흡도 다르고, 연출방법도 다르고, 소비 연령층도 모두 다르다.

웹툰은 분량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량을 작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영화는 물론 드라마보다 스토리가 길다.

그나마 드라마는 여러 화에 걸쳐서 찍을 수라도 있지,
영화는 2시간 이내의 러닝타임 내로 압축을 해야한다.

웹툰은 등장인물의 표정, 대사, 독백, 부연설명 등
상당히 폭넓게 묘사가 가능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시각적인 부분을 위주로 묘사를
해야만 한다는 한계점도 갖고 있다.

주 소비층 역시, 웹툰은 10대에서 30대,
드라마는 30~40대 여성이,
영화는 20대들이 가장 많이 본다.

같은 작품이라도,
웹툰 소비층과 영화 소비층은
평가를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작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를 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은 무엇일까?

각 매체의 특성에 맞게 스토리를 재구성해야한다.
매체에 맞게 묘사를 다시하고,
매체에 맞게 플롯을 바꿔야 한다.

웹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매력적이게 보이기엔 쉽지 않다.

웹툰 홍설처럼, 외부로 보여지는 것 보다
내적 갈등과 많은 생각으로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는
드라마나 영화에선 매력적으로 보여지기 힘들다.

그럼 홍설이라는 캐릭터도 드라마나 영화에 맞게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정을 거치면 사람들은
왜 원작을 따라가지 않냐고 엄청난 비난을 쏟아낸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이런 경우였다.
웹툰 원작 스토리를 드라마라는 특성에 맞게
잘 각색해서 제작했지만,

많은 치인트 팬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작품이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 것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원작을 충실히 반영해서 제작을 해도,
웹툰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여기저기 숭텅숭텅 스토리가 잘리고,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판을 한다.

많은 수의 웹툰 원작들이 드라마나 영화가 되곤 했지만,
대다수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비판의 큰 줄기는 두개가 있다.

첫번째는 '중요한 부분을 너무 짤라 먹었다.'
이는 원작에 출실하여 만든 작품들을 대상으로
나오는 비판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웹툰과 드라마나 영화는
스토리 길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연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촬영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감독'의 관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작품 내에서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없다.

자신이 재밌게 본 부분은 중요하다,
재밌지 않게 봤거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표현할 뿐이다.

하지만 그 기준은 철저히 개인적 취향이기 때문에
원작의 모든 씬을 그대로 제작하지 않는 한,
이런 비판은 끊이지 않고 등장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영화나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각색하여
제작한 경우이다.

감독과 작가들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이상하고,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매체의 특성에 맞게 리메이크를 하였다.

하지만 이런 점은 원작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는 작품 자체의 매력과 완성도는 관계없이
근거없는 비난을 받게 된다.

감독과 작가는 오히려 훌륭하게 작품을 재탄생
시켰는데도 말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중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는
'미생'이 아닐까 한다.

칭찬일색이던 미생.
왜 미생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건 바로 미생이라는 웹툰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웹툰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나오기 전까지,
미생이라는 웹툰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미생 역시 드라마라는 매체에 맞게 각색된 작품이다.
하지만 미생을 보는 시청자들 대다수가, 미생 원작을
보지 않았다.

그러니 원작과 다르다고 비판을 하는 사람이 적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찾아보면 미생도 웹툰과 다르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워낙 미생 웹툰 구독자 수가 다른 유명 웹툰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용히 뭍힐 수 있었다.)

상당수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는
인기있는 웹툰만을 원작으로 하기에,
원작의 그늘에 가려져 비교되기 쉽상이다.

드라마는 드라마 독립적으로,
영화는 영화 독립적으로 봐야한다.

원작 웹툰과 비교하기 시작하게 되면,
그 어떤 작품도 호평을 받기 힘들 것이다.

제발 원작에 충실하라고 발끈하지말고,
웹툰으로만 남았어야 했다고 통찰력을 가진 척 하지 말고
작품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 보자.

그런식의 관점은 웹툰의 드라마화, 영화화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어떻게 만들어도 원작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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